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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함께 가는 살맛나는 세상 Vol.76 / 03 기획특집-동네방네나들이

코에 바람 넣으러 가는 날~ [동네방네나들이]
찬바람이 가시고 봄이 찾아온 4월의 어느 날, 어르신들이 보행보조기를 끌고 신목복지관 교육관 앞으로 하나 둘 모이십니다. 어르신들의 색색의 고운 옷에서부터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고 나들이에 대한 설렘이 가득 풍겨옵니다.
“어르신! 오늘 옷이 너무 예뻐요. 사진 찍으면 선명히 잘 나오겠어요.”
“그래? 이따 잘 찍어줘~”
“네, 잘 찍어서 좋은 사진 한 장씩 출력해드릴게요.”
주민만나기를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어르신도 계시고, 경로식당을 이용하시며 자주 얼굴을 뵌 어르신도 계십니다. 복지관에서 나들이를 간다고 하니 친구를 데리고 오시기도 하셨습니다. 서로 처음 본 어르신들은 인사를 나누며 어디에 사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십니다.
“근데 선생님, 이 구루마들은 다 실을 수 있는 거여?”
“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차에 다 실어갈 거예요.”
2009년 10월에 개장한 서서울호수공원은 가까운 신월동에 위치한 테마공원이지만, 함께 나들이에 간 어르신들은 대부분 처음 듣는다는 기색이셨습니다. 걸음이 불편하고 기력이 없으신 어르신들은 평소 운동을 위해 아파트 복도를 오가실 뿐 가까운 공원 산책도 어려워하십니다. 9분이나 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려니 보행보조기가 많아 소형차까지 동원하여 출발합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순간부터 어르신들의 나들이는 시작됩니다. 차창 밖의 개나리를 보며 봄이 왔음을 실감하시고, 이전에 본인이 기억하던 모습과 사뭇 달라진 풍경들을 보시며, 세월의 흐름과 소풍에 대한 설렘으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서서울호수공원에 도착하자 양천구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었냐며 어르신들이 매우 놀라십니다. 붉은 박태기나무 앞에 서서 얼른 사진을 찍어달라며 옹기종기 모여 서시고,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입 꼬리도 살짝 올리십니다. 요새 유행한다는 손가락 하트도 날리십니다. 몇 걸음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시지만 표정만큼은 햇살보다 밝으십니다.
넓은 호수를 마주하고 문화 데크 광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호수를 보니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라고 하십니다. 코에 바람이 드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하십니다. 자리에 앉아 어르신이 신신당부하셨던 검은 라벨이 부착된 달달한 오렌지를 하나씩 까 드시고, 앵두나무 처녀가 바람났다는 노래도 어깨춤을 추며 합창하십니다. 흥이 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나들이를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눈에 가득 봄 풍경을 담고, 마음에 추억을 담은 후 돌아가는 길은 고요했습니다. 산책을 열심히 하신 탓입니다. 교육관 앞으로 돌아온 후, 어르신들은 오늘 나들이가 즐겁고 고마웠다며, 다음에 또 가자 하셨습니다.
멀고 대단한 곳이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에게 충분히 좋은 나들이 장소가 될 수 있었고, 적은 사람들이기에 오히려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나들이라면 두 번 세 번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나들이는 또 언제 갈까요? 신목종합사회복지관은 어르신들과 소소하지만 더 자주 교류하고 함께하는 이웃이 되겠습니다.